젠의 블로그

악惡기氣 2편 본문

카테고리 없음

악惡기氣 2편

책 읽는 고래 2024. 1. 27. 08:46
반응형

어렸을 때부터 살아오던 이 집은, 여기 단풍골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었다.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남편은 오래 전 여기 첫 터를 잡았다. 그리고 고향에서 가져온 단풍나무 씨앗을 곳곳에 심고 엄청난 단풍나무 마을을 만들었다.

 

단풍 아줌니.

단풍댁 여사님.

 

모두 단풍 아주머니를 이르는 말이었다. 

 

“처음에는 그 막대마냥 작은 것이…이듬해에는 저렇게…그 다음 해에는 요렇게…그래, 그렇게 자라온거야…저것이.” 아주머니는 마당 한 가운데 자리잡은 단풍 나무를 볼 때마다 말씀하셨다. 

 

내가 처음 단풍 아주머니를 만난 건 7살 설날이었다.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홀로 나와 5명의 언니들, 그리고 연년생인 남동생을 돌보고 계셨다. 당신은 언제나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. 바퀴벌레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얼굴로, 당신의 딸을 쳐다보았다. 

 

“저, 저 계집얘가 자꾸 혼자서 속삭여. 밤낮으로 밤이 깜깜해진다며 울어 재끼지를 않나. 이, 이상해, 저것이. 저 눈도 이상하다고.” 

 

당신께서 친척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를 엿듣던 나는 항상 어머니의 눈을 피하려 애썼다. 거울을 쳐다보면 나를 또렷이 바라보는 별빛 눈동자가 원망스러웠다. 그런 눈을 손톱으로 파내려다 이내 관두기를 반복했다.